문형배 재판관의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 씨네인터뷰
- 4월 11일
- 3분 분량

<문형배 재판관의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문형배 헌법재판관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준 김장하 어르신에 관한 다큐멘터리인데요.
탄핵이라는 씁쓸한 사건으로 이 시대의 어르신의 이야기가 유명해졌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기쁜 아이러니한 느낌입니다.
어찌 됐든 어른 김장하를 분석해 보면서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어른 김장하'의 스토리텔링 방식
이 다큐멘터리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사회에 큰 기여를 하신 김장하 어르신의 선행을 취재하고 알리는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 이유는 어르신이 당신의 선행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극구 거부하셨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야기는 처음 어르신을 취재하고자 했던 김주완 기자가 이끌어가는 방식입니다.
처음 어르신을 취재하고자 했던 게 91년도라고 하는데요. 무려 34년 전입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셨다고 하시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 어르신께 계속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그저 일상의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는 것처럼 시작하셨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어르신을 찾아가 선행에 대해 물으면 어르신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기자님도 만만치 않으신 것 같습니다. 이번은 기필코 해내겠다는 결의를 다지신 것 같은데요!
기자님이 직접 진주 돌아다니며 어르신에 대한 소문을 따라 사람을 찾아가고, 그 사람이 알려주는 또 다른 소문을 듣고 다른 사람을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정말 어르신의 선행 스펙트럼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어르신 건물의 세입자부터 예술, 교육, 인권, 언론, 환경 등 수없이 많았는데요.

이들이 어르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들어보다 보니 느껴지는 게 어르신은 선행을 하시면서 절대 어떻게 하라는 지시, 간섭 등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전 대표님은 어르신을 깨끗한 빙하 같다고 말해주셨는데요. 빙하가 너무 깨끗해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얼핏 비치는 그런 빙하 같지는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런 어르신의 방식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내가 감시하게 되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정폭력 피해 여성 보호시설 이사장님께 어르신의 첫인상을 물어보니 '아주 공부가 많이 된 스님 같다'라는 대답이 십분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진행될수록 어렴풋이 어르신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을 추측해볼 수 있었는데요.
마치 세상을 더 이롭고,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당신의 뜻이, 그 시작은 평범한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 하나 쉽게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까지 통달하신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은 돈을 아주 많이 버는 한약방을 운영하셨는데요.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일이 잘 되는 것에 한 편으로 부끄러워하실 줄 아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일이 세상에 필요하다며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요. 그래서 묵묵히 세상을 위해 베풀지만 그것을 자랑삼지 않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보면 볼수록 제일 크게 떠오르는 생각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어르신은 아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괴로움으로 돈을 버신 것이 부끄러우셨던 걸까요.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그렇게 세상에 다시 내어주고는 대통령도, 방송도, 소박한 생일잔치 같은 바람에도 부끄러우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몇백억 기부자도, 서울대 법대 출신의 헌법재판관의 스승도, 몇백억 사업가도, 학교의 설립자도 모두 부끄러워하십니다.
그저 한 시대를 살다가는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임에 만족하시는 분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그저,
그것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참 세상은 왜 이렇게 막돼먹게 돌아가는 걸까요?
어르신이 설립한 명신고등학교에 청탁이 들어오자, 어르신은 해당 선생님 채용을 무효로 돌리셨는데요. 그 일이 있은 후 교육부에서 감사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청착을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었거든요.

취재 도중에는 이런 전화도 왔습니다.

제가 다 부끄럽네요...
크레딧이 올라가고 제 마음속에는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어떻게 어르신처럼 살아야 하는 거지... 어떻게?"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그렇게 걸어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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